[진짜 자기계발] 감정코치가 알려주는 감정관리법 8 – 열리지 않는 문


열리지 않는 문

우리 집 현관문에는 번호키가 달려있다. 
세 번, 비밀번호를 잘못 누르면 가차 없이 문이 나를 거부한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지갑도 휴대폰도 없이 제대로 바깥에 갇히고 말았다. 

안과 밖이 전도되는 순간
열리지 않는 문은 그대로 벽이 된다.

계단에 앉아 있는 30분 동안,
겨울이 왔다.
바람은 골목을 넓히려는 듯 세차게 불고,
추위를 모르는 비둘기는 연신 모이를 쪼아댄다.

내 것이면서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이 
어디 문 뿐이겠는가?
낡을대로 낡은 현수막이
바깥에 갇힌 나를 반성도 없이 흔든다.

걸터앉은 계단이
제멋대로 흩어지는 길 위의 낙엽이
새들이 자유롭게 풀어놓은 허공이
나를 구속하고 있는 바깥이라니!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나는 지금 바깥이다

정용화 시인의 <바깥에 갇히다>


비밀번호가 틀리면 바깥에 어김없이 갇히게 됩니다.

늘 익숙하다고 생각한 비밀번호가 사실은 바뀐지 아주 오래입니다.

나는 어쩔수 없이 바깥에 갇힌채 30분째 찬 공기를 마십니다.

철학자 들뢰즈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을 ‘explication’이라는 단어로 설명합니다.

말그대로 접두사 pl은 주름을 의미하지요. ex’밖으로’ plication ‘주름을 핀다’는 의미가 ‘설명’이라는 단어가 되는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말이죠. 누구나 삶의 주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주름을 밖으로 쭈욱 펼쳐보일때, 우리는 그 사람의 좋은 것과 안좋은 모든 것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짜 사랑의 의미일지 모릅니다.

반면 누군가를 안다고만 생각하는 이에게 판단이 올라서게 됩니다.

그 순간 사람의 주름은 더 이상 펼쳐 보이지 않게되지요.

안다고 생각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그 어떤 누구도 자신의 주름을 펼쳐보이려 하지 않습니다. 

매일 보는 아내의 얼굴에 조금씩 죽어가는 세포 한조각의 변화조차 바라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의 시선입니다.

사람은 이렇듯 누구나 마음에 비밀번호를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변해가는 그 비밀번호를 우리는 당연히 알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후에 만난 그 사람에게 우리는 과거의 비밀번호를 대어봅니다.

당연히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펼쳐진 주름을 이해하지 않으려했던, 아니 어쩌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의 힘이 그 사람의 변해버린 비밀번호를 알리가 만무하기 때문이지요.


뻔한 관계가 만들어 놓은 정교한 상처

내가 잘 아는데 말이지.

무슨일 하시는 분인가요?

어디서 사시는 분인가요?

사실 우리는 사회에서 수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직장에서 상사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지요.

때론, 바쁜시간을 쪼개서 동창들을 만나 시시껄껄한 이야기도 하고, 동호회나 취미모임에서 만나 약간의 낯간지러운 소통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관계를 유지하기위해선 우리는 언제나 익숙한 얼굴로 위장해야합니다. 

소위 가면이라는 것을 쓴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씌어진 가면은 내 인생에서 너무나도 오랫동안 씌여집니다.

결국 우리에게 원치않은 혼란이 밀려옵니다.

과연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이 나인지. 

아니면 가면을 벗고 있는 나의 모습이 진짜 나인건지조차 
헷갈리는 경우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오랜시간 본드처럼 달라붙은 가면의 얼굴은 제대로 떼어지지 조차 않습니다.

덕지덕지 붙은 가면의 깊은 상처는 내 얼굴을 뒤덮고, 나를 더 헷갈리게 합니다.

알 수없이 밀려오는 공허함으로 가슴팍에 총을 쏴버리고 싶다던 한 철학자의 이야기처럼 

내면에 밀려오는 답답한 마음과 공허한 기운이 나를 죽여가는 반복이 밀려옵니다.

우리가 상처받고 아파하는 것은 모두 이런 ‘뻔한 관계’ 때문입니다.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사회에서 만난 관계에서 더 이상 주름을 펼쳐 보이려 하지않는 비상식적 관계는 우리에게 상처를 선물해줍니다. 

관계에서 받은 상처이기 때문에 쉽게 치유조차 되지 않습니다. 

당연해져버린 뻔한 관계는 깊숙하게 나의 내면으로 파고 들어와 그렇게 무미건조한 상처속에서 우리는 문을 닫은채, 이토록 뻔하게만 살아갑니다.


관계는 관계로 치유할 수 있다.

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언제나 참여자들에게 당부하는 것이 있습니다.

딱 세가지.

당신을 변하시키는 세가지의 마법

공감
태도
믿음

당신이 내려놓은 그 마음 하나가 타인을 움직이고, 그렇게 어렵게 형성된 분위기는 내일의 또 다른 나를 만들어주는 열쇠가 되어줍니다.

공감은 친구를 보고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네.’하고 판단하고 평가하지 말라는 것,

그저 있는 그대로 내 친구를 바라봐 주고, 친구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며,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태도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나의 태도이자 자세입니다. 

나는 정말 나라는 사람을 모른다. 나는 내 패턴의 원인을 찾고, 뼈속까지 바꿔버릴거야.. 라고 다짐하고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내 친구에 대한 믿음입니다. 저희가 늘 말씀드려요. 

저희를 믿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을 믿어달라구요. 

이 친구가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줄 것을, 진심으로 함께 슬퍼하고 아파해줄것을..

그리고 내 손을 절대 놓지 않을 것을 말이지요.

여기서 단 한 분이라도 공감, 태도, 믿음의 자세를 보여주지 않은채로 가면을 쓰는 순간, 나의 문은 다시 금 굳게 다칩니다. 바꿔버린 비밀번호의 새로운 철문은 절대 열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단한번뿐인 기회도 끝나버리는 것이지요.

내 옆사람이 솔직하지 않는데, 
나는 과연 얼마나 솔직해 질 수 있을까요?

내가 못하면 친구도 못한다. 이 부분을 저는 여러번 강조합니다. 

우리는 이런 분위기 안에서만 쓰고 있던 무거운 가면을 힘겹게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가면을 내려놓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수 있을때, 우리는 관계의 소중함을 진심으로 느끼고, 내가 받았던 상처를 마침내 치유할 수 있게 됩니다.

낯선이의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그들은 우리를 기꺼이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호기를 가진 어린아이의 시선처럼 그는 언제나 우리에게 질문을 쏟아냅니다. 

몸짓 하나하나 관점 한가지 한가지에 새로움이라는 향이 피어나옵니다. 

마음을 담은 그들은 내게서 펼쳐지는 주름의 작은 한가지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를 합니다.

우리는 마침내 함께 성장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토록 우리와 함께하는 순간을 잊지못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새로운 인간관계의 방식을 통해 기존의 자신이 굴레처럼 여기던 관계에 대한 재해석을 하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새롭게 느낀 따뜻한 관계의 경험을 통해서, 새롭게 자신의 주름을 기꺼이 펼쳐보일 수 있는 용기를 가집니다. 또한 내 앞에 그 사람의 인문적 주름을 이해하고, 그들이 가진 고유한 무늬를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습니다. 

관계는 관계로 치유되는 것입니다. 

마음의 상처는 나와 닮은 상처를 보면서 친구라는 거울을 통해 해결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결단코 스스로를 바라볼 수 없게 태어났듯이, 내 곁에 있는 친구의 주름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때, 추운겨울 겨우 걸터앉은 계단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비밀번호를 기억하게 되는것입니다.

그것이 감정치유의 모든 원리인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