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비법서] 10. 신의 스승

청담동 어느 고급진 카페 두터운 문을 힘겹게 열고 장소에 들어가자마자 까페 특유의 분위기가 한번에 들어온다. 천장은 아름다운 샹들리에와 함께 깊은 성량 가득 담긴 재즈풍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말 그대로 고풍적 분위기에 압도된 나는 경직된 몸을 이끌고 자리를 찾는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창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드넓은 창 넘어 샛소리가 지저귀는 것마저 느껴지는 것 같은 신비로운 곳. 상처하나 없어보이는 공간의 틈 속에서 창 넘어 들어오는 햇살에 비춰진 앤틱한 나무탁자 하나가 오래된 빛을 머금고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홀로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채, 나만이 가진 어색함을 쥐고 있었다.

어릴때부터 가난이 배어있던 나에게 그것은 마치 우아함이 가득 담긴 곳에 대한 부담감처럼 느껴졌다. 

사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맞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장소가 참으로 좋으면서도 내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인지되면 무언가의 어색함이 밀려오는 반복의 소용돌이에 걷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 앞에 어떤 사내를 바라본다.

짧은 머리에 탄탄한 몸매를 가진 카라멜 색상의 피부톤의 사나이. 짐승같이 강렬한 눈을 가진 이 사내는 우아함이 담겨진 이 공간과 정말 어울리지 않는 편안한 남색 츄리닝을 입은 채, 이상할 정도로 내 앞에서 나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나는 이 사람이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성실하다 못해 약간 무서운 아저씨처럼 보였다.

어딘가 알 수 없는 생존의 욕구를 보여주는 그의 자태는 이상할만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만이 보여주는 깊은 애환이 담겨있었다.

오랜 침묵처럼 느껴지는 짧은 시간이 끝나고, 그가 먼저 내게 말을 건냈다.

“자네가 생각하기에 파워는 무엇이라 생각해?”

그는 멀리서 판단하던 내가 마음대로 그리던 그 모습을 산산히 깨주는 기분이 들었다.

얼핏보던 내 시선과 가까이서 마주한 그의 얼굴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의 눈빛은 뭔가 달랐다. 포효하는 사자의 얼굴이 있었다. 말한마디의 기세가 달랐고, 느낌이 여기 사람 같지않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대답없는 내가 무척 답답했는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자네는 진짜 부자가 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줄 아냐구?”

단순한듯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내 가슴팍에 푹 비수를 꽂은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정신을 차리며 대답을 해야했다. 대답하지 않으면 내 앞의 사자가 금새라도 나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돈이 곧 힘이 되는 것이 않을까요?”

그의 표정은 잠시 썩어가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이내 정돈된듯 자리잡은 얼굴을 하며 이야기했다.

“음. 맞아. 돈이 곧 힘이지. 근데 자네 한가지 더 알아야 할것이 있어. 

세상에는 두 종류의 파워가 있어. 하나는 진짜파워라고 하고, 하나는 가짜파워라 하지. 

진짜파워는 그 사람이 아무것도 가지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들이야. 

기세, 에너지, 눈빛, 자세, 태도, 말투, 생각, 가치.. 이런 것들이지. 

반면에 가짜파워는 나와 분리가 되는 애들이야. 

뭐.. 신분, 직업, 돈, 차, 집.. 뭐 소유하는 대부분의 것들이야. 

나는 말이지.. 가짜파워는 관심이 없어. 

그런점에서 내가 신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녀석이 나의 가짜파워에 1도 관심조차 없더라구.. “

“진짜 파워요?”

“그래.. 진짜 파워. 나는 진짜 파워를 가진 사람을 좋아해. 진짜 부자는 말이지. 그런 파워를 가진 사람을 의미해. 돈만 많은 가짜파워를 가진 부자는 부자도 아니지. 자네도 한번 스스로 어떤 진짜 파워를 갖추고 있는지 고민해봐..”

그렇다. 그는 바로 신의 스승이었다.

내가 그를 만나게 된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나는 한참 콘텐츠 제작에 열을 가하며, 다른것들을 신경쓸 여를이 없었다.

가끔 올리는 글에 사람들의 반응이 신기했고, sns에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름의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신이 가르쳐준대로 나는 콘텐츠와 조금씩은 친해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오전에는 콘텐츠 제작에 힘을 썼고, 오후에는 사람들과 만나 오프라인의 모임을 준비하는 일이 잦아졌다.

신과의 만남은 예전처럼 자주 뵐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의 중심에는 언제나 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도 나는 신의 이야기를 자주했다. 세일즈에 고민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마치 내가 콘텐츠 전문가인것마냥 으스대며 콘텐츠 제작에 힘주어 말하는 내 모습이 가끔은 좀 우스워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만의 시간이 지났고, 어느날 불현듯 신이 내게 전화를 주었다.

“자유리. 혹시 오늘 시간이 되시나요?”

“네? 시간이요. 물론 안되도 되게 만들어야지요.”

사실 나는 신이 많이 보고 싶었다. 바빠진 신의 얼굴이 뜸해진것도 그랬고, 막막한 순간이 오면, 불현듯 그가 보고 싶은 순간이 많은 요즘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제가 한분 소개해드릴 분이 있습니다. 그냥 저의 스승님이라 생각하면 되어요.”

“신의 스승님이요?”

이상했다. 나는 신에게도 스승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알 수 없는 부담감이 밀려오고 가슴이 뛰었다.

그래도 다시 생각을 해보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분일까? 신이 믿고 따르는 분이 나는 되게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는 한명의 날카로운 듯 세상을 잡아먹을 듯한 눈매를 가진 단단한 사내앞에서 진짜 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보통 사람이 아닌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내가 만약 이 분을 스승으로 모신다면 나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나는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그의 기세는 엄청났기 때문이다.

사실 그 이후의 일들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신은 스승님과 함께 내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눴다.

투명인간이 된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게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신을 바라보는 스승의 눈빛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나를 바라보던 사자같던 눈빛은 신의 앞에서는 살구처럼 녹아들기만 하였다.

사람을 신뢰하는 눈빛이라는 것이 딱 저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스승은 따뜻하게 그를 바라본다. 나는 그 둘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스승이 떠나고, 나는 신과 그 신비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 사실 신의 스승님은 굉장히 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조금 무서운 느낌도 들고 그러네요.”

“네 많은 분들도 그 분에 대해서 많이 힘들어 하십니다.”

“신은 그 분 곁에서 얼마나 계신 건가요?”

“음.. 한 7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우와..정말요? 힘들지 않으셨나요?”

신은 나를 바라보며,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는 듯 불투명한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나의 답변에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지요. 하지만 나는 저분을 만나서 진짜 힘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스승님이 힘을 가르쳐주셨나요?”

“아니오. 그런게 아닙니다. 오히려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분입니다. 스승님은 장사를 잘 하는 분이셨습니다. 오늘 보셨다시피 면전에서 사람을 만나면 거의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을 이끌어내실 수 있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분이지요.”

단단한 구리빛 피부가 이따금 다시 떠올랐다. 나는 신의 이야기를 금새 수긍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힘을 가르쳐주신건가요?”

“제가 스승님을 처음 만나던 날에 스승님 주변에는 항상 천재같은 사람들이 넘쳐났습니다. 비범한 꿈을 가진 20대의 젊은 사업가들. 수십억 수백억의 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하는 똑똑한 천재들. 무언가 열정으로 가득차있는 다양한 사업가들이 스승님 주변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 같이 평범한 사람이 스승님 주변에 남아있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신은 과거를 이야기하며, 잠시 회상에 빠진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재밌는 일이 일어나더군요. 큰 약속을 보여주던 천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을 바치고 충성을 다하겠다던 열정넘치는 분들이 전화한통 하지않고, 소리 소문없이 떠났습니다. 더 재밌는 것은 그런 분들이 언제나 매번 새롭게 나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방에서도 스승님을 뵙겠다고 오던 수많은 분들이 떠오르네요. “

“그분들은 언제나 그랬듯, 열정에 가득차서 큰 약속을 하였고, 그럴때마다 스승님은 표정없이 그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스승님의 표정은 거의 적중하였습니다. 큰 약속을 쉽게 하는 열정적인 친구일수록 스승님 곁을 떠나는 시일이 더 빠르더군요. 결국, 7년이 지나자 스승님 주변에 남은 사람은 거의 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궁금함이 생겼다.

“저렇게 대단한 기세를 가진 분이면, 분명 신에게 요청하는 것도 많았을 것인데,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었나요?”

“네. 저는 천재가 아니었기에, 분명 쉬운일은 아니었지요. 그런데 제가 스승님 곁에 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오히려 제가 평범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너무 평범하고 특별한 것이 없었기에, 스승님 주변에서 스승님의 이야기와 스승님의 요청을 하나하나 실행하는것이 제가 할 수있는 전부이었지요. 스승님은 너무나도 바쁜 분이셨기에,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셨고, 그 일을 도맡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요청하시는 대부분의 것들이 콘텐츠로 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제가 가진 유일한 자산은 끈기와 노력이었고, 그게 빛을 보이는 유형이 콘텐츠였습니다. 가령 스승님이 강연자리를 가실 일이 생기면, 1주일전에 저에게 통보를 하셨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강연을 알리는 기획부터, 마케팅, 콘텐츠 제작 및 강연 후기 활용등을 통한 다음 단계까지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젊은 천재들은 이런 요청을 무례하다고 폄하하며 자존심을 드러내며 스승곁을 떠날때, 저는 제가 만들어가는 콘텐츠를 통해 진짜힘이 무엇인지 알게되는 결정적인 시기가 된 것이지요.”

신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마음이 이상해졌다.

문득 신이 가진 진짜 파워가 무엇인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상냥한 그의 얼굴에 담겨진 굳은 끈기와 단단한 인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무수한 천재사이에서 살아남는 그만의 생존 전략은 결국 하나의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신이되었다. 그리고 그가 빛을 발하는 지금 이 순간을, 지금 이 입증을 나는 분명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신이 진심으로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원래 그를 믿고 따랐지만, 그의 참 스승을 보면서, 나는 그가 근간 살아오면서 견뎠어야 할 상처와 아픔들을 함께 바라볼 수 있었다.

신은 그렇게 하나하나 깨달아갔던 것이다. 

문득, 얼마전 책에서 읽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다른사람에게 배운 진리는 
그저 몸에 살짝 붙어 있는데 그치지만,
스스로 발견한 진리는 
몸의 진정한 일부가 된다.

어설프게 머리로만 알아가던, 신이 가르쳐주는 살짝붙은 나의 진리가 문득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자유리. 진정한 스승이라는 사람들은 말이죠. 우리를 한참 오랫동안 지켜봅니다.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나를 평가하고 바라보는 것이죠. 사람을 이해한 사람일수록, 아무나 쉽게 만나주지 않아요. 그런점에서 콘텐츠만큼 오랫동안 나를 신뢰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소재는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렇게 멋진 스승님을 오랫동안 곁에 머물게 할 수 있었던 이유도, 평범함만이 만들어내는 꾸준함과 인내를 콘텐츠로 증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콘텐츠가 저에게는 참 스승님을 알려주신 거지요.”

신의 이야기를 듣고, 자리를 뜨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콘텐츠는 내게 단순히 어떤 선택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이것은 세상에 나를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맞았다.

지독할 정도로 평범한 내가 이 세상에 나의 가치를 전달하고 더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길은 내가 세상을 향해서 나아가는 방법밖에 없지 않는가?

나는 다시금 내 마음을 바로 잡아본다.

하늘에 지는 석양도 나를 응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콘텐츠에 내 에너지를 가득 담을 미래를 힘껏 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