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비법서] 11. 콘텐츠와 놀이동산

계속 된 신의 만남이 이어지고, 나 역시 한가지 한가지의 조각모음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삶에 바싹 다가감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또 잘 알고 있다. 

올라온 길이 높음과 함께 올라갈 길이 많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래서 인생이 즐거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런 과정에 대해서 견뎌가는 동안 이런것들이 내게 알려주는 것들이 무엇임을 나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한참 배워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는 매번 깨지면서 배우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콘텐츠는 나에게 생각할 수 없는 큰 기쁨도 주었다.

고객에게 실제로 작은 매출을 내보거나, 콘텐츠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는 경험은 정말 그간에 나의 고통을 조금은 이해해주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내 마음을 물보듯 알고 있는듯이 신이 내게 물었다.

“자유리. 콘텐츠 만들기가 쉽지가 않죠?”

“네. 보통 일은 아니네요. 그런데 자꾸 만들다보니, 뭔가 채워지는 기분도 저에게 줍니다.”

문득 나는 신에게 궁금한것이 생겨 물어보았다. 

“신은 지금껏 콘텐츠를 얼마나 만드셨나요? 한 몇개정도나 될까요?”

전혀 생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신이 한참 고민하다 대답을 했다.

“아마..한 3000개-4000개 되는 것 같아요.”

“엄청나군요.. 그런데 그 정도의 콘텐츠를 만들면서 신은 어떤 부분을 느끼신것 같아요? 

기분은 어떠세요? 저는 지금 전혀 감이 오질 않아서요.”

“아마 많은 분들이 감이 오지 않을거에요. 저도 한 100개 정도를 만들었을때, 이게 맞나? 틀리나? 매일 매일 고민도 하고, 만들다가 포기도 하고, 시행착오도 참 많이 겪었습니다.

그렇게 수백개 이상의 작업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콘텐츠가 현장에서 나 대신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진짜 현장에서요?”

“네. 콘텐츠를 만들어 놓은게 마치 현장에서 누군가가 일을 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누군가요?”

“초반에 콘텐츠를 만들때는 사람들에게 내 콘텐츠를 알리는 것에 초점을 두고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그들의 반응은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200개 300개 만들어도 쉽게 반응이 안왔어요. 전혀 오지 않는경우도 있었지요. 그런데 1년 정도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니, 나중에는 사람들이 저를 찾아올때 “제가 만든 00 콘텐츠보고 왔어요.” 이렇게 이야기하시더군요.

재밌는 사실은 뭔줄 아세요? 제가 그 콘텐츠를 만들었던 기억이 잘 안난다는 것입니다. 

분명 과거의 제가 만들어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뭔가 지금의 다른 내가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만든건데 그런 느낌이 든다구요? 그런건 일종의 창피함 같은거 아닌가요?”

“흠.. 분명 그래서 지나고 나서 창피한것도 많았지요. 그런데 정말 어떻게 이런말과 글을 썼지 라고 생각이 들정도로 잘 만든 녀석들도 많이 있어요. 이런 것들을 보다보면 정말 이거 내가 만든게 맞나? 할정도로 좋은 자료가 되지요.”

“근데 그게 콘텐츠의 현장에서 일한다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나요?”

“연관이 많아요. 사람은 집중과 몰입이 때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니까요. 이달에는 책에 관심이 생기고 어떤 달에는 영화가 꽂히고, 어떨때는 운동에 빠지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콘텐츠는 그 모든 사사로운 것들을 기록하는 행위입니다. 관심사항에 대한 기록을 남겨놓으면, 그 녀석은 현장에서 떠나는 것이 아니에요. 내 기억에만 약해질뿐이지, 사실 콘텐츠 자체는 그곳에서 꿋꿋이 남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지나간 내 생각을 마치 현재처럼 남겨줍니다.”

“그렇게 계속 세일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군요. 그런데 그런 측면에서 반대도 생각해야 겠네요. 말을 함부로 한다거나, 생각이 너무 강한 것들 역시 무한히 기록될 수 있다는 것 아닌가요?”

“맞아요. 자유리 이제 제가 하는 말의 의중이 깊이 생각하시네요. 그래서 콘텐츠는 초반 1-3년간의 연습기간이 필요한거에요. 지우고 만들기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어떤 방향에 빠지기도 하고, 다시 나오기도 하면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밸런스를 찾는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이런 것들이 나에게 엄청난 세계를 선물해줍니다. 자유리. 콘텐츠를 만들어놓은 제 기분은 물어보셨죠? 이 기분을 한마디 말로 표현하자면.. 놀이동산에 살고 있는 기분이 딱 맞는거 같아요”

“놀이동산이요?”

 “네. 제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누구든 들어올수있는 저만의 놀이동산을 만든 느낌이 듭니다. 이제 저는 다양한 콘텐츠들의 동산에 돌아다니면서 아직 채워지지 않은 공간만 찾아다니는 느낌이 들어요. 그곳에서는 자유리와 같은 다양한 친구들이 오고 가시지요. 재밌게 놀려고 기꺼이 놀이동산에 찾은 사람인 만큼 그들은 즐거운 에너지를 가지고 저를 찾아옵니다. 저는 그저 그들의 이야기만 귀기울이면서 수천개의 저의 복제품들이 고객을 맞이하고, 함께 저의 세상으로 초대해주고 있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대단하군요.. 놀이공원이라는 말이 참 좋아요.”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놀이동산 하나 없이 팍팍한 세일즈를 하는 많은 사업가들이에요. 모임에 나가 명함을 뿌리면서 어떻게 내 사업을 설명해야 할지 늘 고민하고, 좌절하는 이들이 참 많아요. 반면에 제가 만든 수천개의 콘텐츠들은 하나의 놀이기구가 되 주어요. 누구를 만나든 저는 급한지 않아요. 왜냐면 저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 저를 온라인에 검색하는 순간, 동산의 자유여행권 티켓이 그들에게 발송되기 때문이지요. 자연스럽게 그들은 저의 콘텐츠 세계에 들어와 부담없이 수많은 현재의 저를 만나고 나가십니다. 물론 좋은 기억과 추억을 가지는 분들이 더 많으시기에 다음에 언제든 편하게 놀러옵니다. 그런점이 콘텐츠가 놀이동산이 되는 이유에요.”

“그래서 신은 언제나 사람을 만날때 여유가 있고, 급하지 않은 이유이군요.”

“네. 맞아요. 조급하다는 것.. 이 말이 내포하는 진짜 의미는 
‘반드시 문제를 발생시키는..’ 이라고 생각해요. 
급하지 않은 시간이 쌓여야만 
급한 문제를 원론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거지요.”

“네 저도 신을 따라서 멋진 놀이기구들을 만들어가야겠네요.”

이내 신이 떠나고, 나는  홀로 남아 츠루 노리호의 라스트카니발 음악을 틀었다.

반복된 음악을 들으며 마음에서 한편의 축제의 기분이 올라온다.

그래. 분명 나에게도 축제가 시작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동산에 놀러와 충만한 얼굴로 내가 펼쳐둔 모든 것들을 즐기다 떠날 것이다.

찬찬히 돌아가는 회전목마, 스릴을 선물하는 바이킹, 하늘을 바라보는 열기구안에 기쁨이 넘친다.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아내는 따뜻함안에서 솜사탕의 기계는 그렇게 온종일 바쁘게 움직일 것이다.

나는 이 동산에 어떤 이름을 지어야 할까?
나는 이 곳에 어떤 색채를 입힐까?
나는 이 곳에 어떤 기구를 두어야 할까?

문득 내가 어떤 마음으로 콘텐츠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한번 더 곱씹어 보게 된다.

그렇게 가슴이 시키는 대로 내가 원하는 세상을 그려나가자는 한번의 다짐을 새겨본다.

나는 그렇게 동산의 주인이 될 준비를 해가고 있다.